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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난
결국 죽을 거란 걸

알면서 가지에 매달려 있었다

 

사랑을 모른 채 죽는다는 게

죽음보다 더한 공포였다

 

이런 공포를 느끼는 건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안나 카레니나도 그랬으니까...

 

안나 카레니나

 

모스크바, 1880년
그런데 한 여인이 나타났다

세상 시름을 잊게 만드는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에카테리나 세바스키

 

고마워요, 콘스탄틴 드미트리치!
모스크바에 와 계신 줄 몰랐네요

어제 도착했어요
아니, 오늘요

 

찾아뵈려던 중이었습니다

 

스케이트를 잘 타시는데요

 

아니에요

레빈 씨야말로
잘 타신다고 들었어요

 

옛날 얘깁니다
한땐 즐겨 탔었죠

같이 타요

 

- 시골은 겨울엔 따분하겠네요
- 천만에요, 아주 바쁘답니다

어머니께선 당신이
미개인처럼 살고 있대요

 

옷도 촌스럽게 입고요

 

미개인은 아니에요
문명의 혜택은 누리는걸요

 

여기 오래 계실 건가요?

 

글쎄요, 당신에게 달려 있죠

 

어머니께서 기다리세요

 

- 찾아뵈어도 될까요?
- 방문은 목요일에 받아요

 

그럼 오늘이네요

 

안녕!

 

말하기 곤란한 문젠가 보지?

 

그래, 스티바

 

난 사랑에 빠졌어

 

하지만 난 못생겼고
나이도 많으니

 

친구로는 좋아해주겠지만
남편감으론 아니라고 생각할 거야

 

- 그 아가씨가 누군가?
- 모르겠어?

 

- 자네 집안 사람이야
- 키티로군!

 

어떨 것 같아?

안 될 게 뭐야?

제발 솔직하게 말해줘

 

얘기 하나 해주지
우리 집사람, 돌리는 말야

 

- 사람을 보는 눈이 있지
- 그게 무슨 말인가?

 

돌리는 자네를 좋아해

키티랑 잘 어울린다고 하더군

 

- 둘은 자매 사이잖나
- 그렇게 말했어?

 

콘스탄틴 드미트리치
레빈 씨입니다

 

세상에... 너무 일찍 왔어요

 

시간을 어긴 건 압니다

 

- 너무 일찍 왔죠?
- 아니에요

 

따로 드릴 말씀이
있어서 그랬어요

 

금방 손님들이 오실 텐데...

제가 여기 얼마나 머무를지는

 

당신한테 달려 있어요

 

그러니까...

 

제가 하려는 말은...

 

결혼해주세요

 

그럴 수 없어요

 

죄송해요

 

안 되는 거였군요

 

콘스탄틴 드미트리치!
차라도 들고 가요

 

콘스탄틴 드미트리치!

향락의 도시엔 웬일이세요?

도시가 정화된 건가요
당신이 타락한 건가요?

그런 얘긴 전에도
나눈 걸로 아는데요

 

기억하고 계시겠지요?

물론 기억하고 있죠

 

오늘은 웬일이시지?
왜 설교를 않는 거야?

- 그만 해요!
- 콘스탄틴 드미트리치?

요즘은 소작농들이 일은 안 하고
술만 마셔대서 아주 골치랍니다

 

왜 그럴까요?

 

당신은 그 사람들 편이잖아요?

 

서로 인사하세요
콘스탄틴 드미트리치 레빈 씨

알렉세이 브론스키 백작이에요

콘스탄틴 드미트리치 씨는
도시라면 질색을 하신답니다

일년 내내 시골에 계세요?
겨울엔 심심하시겠군요

 

아뇨

 

할 일은 많답니다
혼자 있다고 심심한 건 아니죠

전 시골이 좋아요

따분할 거예요, 격이 있는
대화를 나눌 상대도 없고

 

노드스톤 백작 부인께서 영혼을
불러오는 강신술 얘길 해주셨어요

 

그거 흥미로운데요
강신술 하는 건 본 적이 없는데

영혼을 믿으시나요
콘스탄틴 드미트리치?

그걸 왜 제게 묻죠?

이미 아실 텐데요

듣고 싶어요

 

제 생각은...

 

교육받은 사람들도
농부들처럼 영혼을 믿다니...

하고 생각하죠

내가 직접 봤는데도요!

그래요, 뭔가 있긴 해요

 

우리는 전기가 있다는 걸
믿잖아요?

 

눈에 보이진 않지만요

 

그러니 안 보인다고
다른 건 못 믿겠어요?

모직물을 문지르면

정전기가 발생하듯이

전기는 존재한다는 증거가 있죠
그러나 강신술은 속임수일 뿐...

 

강신술 한번 해볼까요?
우리 해봐요, 키티!

 

이봐!

 

스티바!

 

- 누굴 마중 나온 건가?
- 어머님요

 

- 어젯밤엔 안 보이더군
- 어디 계셨는데요?

 

샤떼 드 플루 클럽!

 

캉캉추는 여자가 끝내줬어

 

어제 세바스키 댁에서
너무나 즐거웠기 때문에

다른 덴 가고 싶지가 않았어요

사랑에 빠져서 즐거웠던 거라고
자네 눈동자가 말해주는구만

 

- 누굴 마중 나오신 거죠?
- 아름다운 여자

- 정말이세요?
- 엉뚱한 생각하지 마, 안나라고 내 여동생이야

 

- 카레닌 부인이오?
- 아는 사인가 보지?

 

아뇨, 카레닌 씨만 뵈었었어요
유명하시잖아요

 

매부를 잘 두셨네요
정부 고위직이시죠?

 

그렇다네...
나랑은 안 맞는 사람이지만

레빈이란 분도 그렇더군요
까다로운 사람 같아요

 

레빈은 그런 사람 아닐세

어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어

무슨 이유요?

 

레빈은 오랫동안 키티를
사랑해왔다네

참 안됐지

 

그랬군요

 

실례합니다

 

전보 보낸 건 받아봤니?
잘 지냈냐?

- 여행은 즐거우셨어요?
- 안나!

오빠 아직 못 찾았나요?

 

스티바! 여기예요!

참 예쁘지?

남편은 바빠서 같이 못 왔다더구나

아드님을 찾으셨고
전 오빠를 찾았네요

 

못 알아뵈어서 죄송합니다
초면이라서요

 

안나한텐 8살짜리 아들이 있단다
세료자라고

떨어져 있는 게 처음이라고
어찌나 초초해 하든지

아들이랑 떨어져서는
못 살겠군요

 

- 네...안녕히 가세요
- 잘 가요

 

아름다운 여자야

 

끔찍해라

 

죽었어

 

불길한 징조예요

무슨 소리! 네가 왔잖니
그럼 된 거야

 

이젠 믿을 사람이라곤
너밖에 없어

오빠가 잘못한 거예요
그건 부인하지 마세요

한 순간의 실수로... 9년의

결혼 생활이 산산조각이 나고
애들까지 잃게 됐으니...

 

가정교사랑 그런 짓을 한 게
잘한 건 아니지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절 바래다주시고
오빤 돌아가세요

 

얘가 그리샤예요?
세상에, 큰 것 좀 봐!

 

좋아 보여서 다행이네요

 

언니!

 

오빠한테 얘기 들었어요
역으로 마중나왔더군요

 

그리샤, 가서 타냐하고 놀렴

 

상대는 아주 젊고
예쁜 여자예요

 

난 남편과 아이들에 치어
미모도 젊음도 사라졌는데

 

그이가 미워요

 

오빠를 변호하려는 건 아니지만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하잖아요

오빤 뉘우치고 있어요

 

다른 여자랑 놀아났어요!

 

잘못인 건 알지만

 

이미 일어난 일인걸요

 

오빠의 가정을 화해시키려는
안나의 마음은

 

형과의 우정을 되찾고 싶은
나의 마음이었다

 

필사적으로 사랑을 느껴보려는
몸부림인 것이다

 

안녕하세요

 

실례합니다만
니콜라이 레빈 씨 계신가요?

 

손님이 찾아왔어요
니콜라이 드미트리치!

 

니콜라이!

 

콘스탄틴!

 

- 뭐야? 무슨 일이지?
- 일이 있어서 온 건 아니야

 

형을 보러 왔어
우린 형제잖아

 

이쪽은 내 아내다
마리아 니콜라이브나

 

창녀촌에서 만났지

 

나랑 잘 지내려면 이 여자한테도
존경을 보여야 해

 

좋아, 여보

 

저녁 식사는 세 사람 분!
보드카랑 와인도 놓고

 

이이는 술을 너무 마셔요

창녀가 말하는 건 무시해버려

 

너는 신사니까

 

니콜라이, 그만 마셔요

내버려둬
패주기 전에!

 

저녁 준비해줘

 

어서 마셔라
잘 지내는 거냐?

 

결혼은 왜 안 했니?

운이 없나봐

 

사람들이 날 싫어하는 것 같아

 

왜?

 

나야 엉망진창으로 살지만

 

너는...

 

나랑 같이 살아
시골에서...

 

그게 건강에도 좋아

난 할 일이 많아
공산당원이 될 거야

형... 경찰은?

 

내가 나쁜 짓 안 해도
쫓아다닐 거다

 

이거 받아

 

자비심을 느껴보고 싶단 거냐?

 

잘난 척 말이야

 

그렇다면 느끼도록 해주지

 

날 너무 나쁘게는
생각하지 마라

 

엄마, 그만 해요

키티 양, 춤 한 곡 추시겠소?

첫 곡은 브론스키 씨와 약속이
돼 있어서요. 두 번째 곡으로 하죠

영광입니다

 

파티의 주최측이 누리는
특권이로구나

 

제 시간에 와서 다행이다

 

늦는 건 안 좋은 버릇이지

 

- 어디로 데려다줄까?
- 카레니나 부인한테요. 같이 춰 보세요

 

실례해요, 부인, 선생

 

- 등장도 춤추면서 하시는군요!
- 키티 양이 잘 도와줬어요

항상 무도회를 빛나게
만드는 아가씨라오

 

- 한 곡 추시겠소?
- 실례가 안 된다면 사양하겠어요

 

오늘밤은 안 돼요!

 

꼭 춰야 한다면 그렇게 하죠

 

왜 그래?

 

아니에요

 

같이 춤을 추게 되어 기쁩니다
다음 곡도 약속이 돼 있나요?

아뇨

 

여기서 나가요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만찬 때까지 계실 거죠?
아직 춤곡이 많이 남았는데

춤이라면 겨울 내내 추던 것보다
더 많이 췄는걸요

 

브론스키와의 만남은 어둠 같은

그녀의 인생에 한줄기 빛이었다

 

기차가 섰는데요, 마님

 

바깥 공기 좀 쐬야겠다

 

여긴 웬일이세요?

 

당신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겁니다

 

저도 어쩔 수 없어요

 

무례하게 들렸다면
용서하십시오

 

이러시면 안 돼요!

 

저도 잊어버릴 테니 그쪽도
신사분이라면 잊어주시기 바라요

당신의 말 한마디

 

당신의 몸짓 하나도

 

영원히... 잊지 못합니다

 

그만 하세요!

 

당신이 보고 싶어서

급한 마음에 이렇게 마중나왔어

 

세료자는 잘 있어요?

대답이 고작 그거야?
세료자는 잘 있어

 

여행은 즐거우셨습니까?

 

좋았어요

 

우린 전에 만났었죠?
브론스키 백작

 

어머님과 함께 떠나서 아드님과 돌아왔군
휴가를 마치고 온 건가요?

- 그래, 모스크바는 어때?
- 댁으로 찾아뵈어도 될까요?

 

물론, 월요일엔 집에 있소

 

세인트 피터스버그

 

거봐, 내가 엄마라고 했잖아

 

우리 아기!

 

타냐랑 그리샤가 준 선물이야

타냐는 벌써 글도 읽고 쓰더라

타냐 누나가 나보다 좋아요?

 

- 엄만 네가 최고로 좋아!
- 그런 줄 알았어요

 

- 처남 일은 잘됐어?
- 네

 

아무리 당신 오빠라고 해도
이번 일은 비난받아 마땅해

 

어쨌든 일이 잘 풀려서
당신이 돌아왔으니 기쁘군

 

혼자 저녁을 먹으니
어찌나 쓸쓸하든지

 

저도 쓸쓸했어요

 

자러 갈 시간이야

 

- 베시, 난 희망을 잃어가고 있어
- 어떤 희망을 품었었는데?

 

아냐

 

사람들이 놀릴까 봐 걱정돼

 

그런 일은 없어
걱정하지 마

 

젊은 처녀를 쫓아다니는 건
놀림거리지만

유부녀를 사랑하는 남자는

 

정열적이고 멋있어 보이지

여자는 순결하고 정숙해야 하고

남자는 용기가 있어야 하고

뭐, 그런 얘기들 있잖아
웃기는 얘기들이지

저들 좀 봐

 

카레닌하고

 

리디아 이바노브나!

안나 주위엔 거만하고
고루한 사람들뿐이야

 

나도 나이 들면
저 사람들처럼 되겠지

 

하지만 가엾은 안나는

너무 젊은 나이에 권태에 빠져 있어

 

너무 늦기 전에
저기서 빼내줘야 해

 

토요일에 우리 집으로 와

 

토포브하고 블라시브 여자가
결혼한다는 게 사실이에요?

그렇다고 하던데요

부모님들이 대단하세요
사랑해서 하는 결혼이라죠?

사랑은 구닥다리 얘기예요

요즘 누가 사랑해서 결혼해요?

아직도 많이들 하고 있습니다

안 좋은 일이야

젊을 땐 마음껏 연애해 보다가

결혼이야 조건 보고 하는 거죠

나도 젊었을 땐
보좌 신부님을 사랑했었지만

좋을 게 없었수

 

제 생각엔
마음이 아픈 걸 겪어 봐야

사랑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결혼 후에도요?

 

늦는 때란 없답니다

 

이렇게 행동하시는 건
매우 옳지 못해요

 

그걸 모를까봐요?

 

누구 때문인데요?

 

- 어떻게 그런 말을 하시죠?
- 아시잖아요

 

남에 대한 배려가 없으시군요

 

당신이 오실 줄 알면서도
제가 여기 온 것은

 

분명하게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예요

 

괜히 죄책감 느끼게
만들지 마세요

제가 어떡하면 좋겠어요?

 

- 모스크바로 돌아가주세요
- 진심이 아니라는 거 알아요

 

그럼 다신 이러지
않겠다고 약속해줘요

 

우리, 좋은 친구로 지내요

 

우린 친구가 될 수 없어요!
당신도 아시잖아요

 

우리가 행복해지는 길은
단 하나예요

 

저한테 남은 건
당신뿐이란 걸 기억하세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요

 

목숨까지도요

 

- 이런 행복을 위해서라면
- 행복이라고요?

 

그런 말은 하지도 마세요

 

안나, 충고해둘 말이 있어

 

충고라뇨? 무슨 얘기죠?

당신이 지각 없는 행동을 한다고

사교계에서 말들이 많더군

 

사람들이 입방아를 찧고 있어
물론 모두 헛소문이겠지만

 

당신은 언제나 이런 식이군요

 

내가 따분해 하는 건 싫어하면서

돌아다니지도 말라는 건가요?

 

그만 해요!
그 소리 듣기 싫어요!

 

저한테 도대체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군요

 

당신 감정이야
양심에 달려 있겠지만

아내의 의무는 지켜줘!

 

우리는 하느님 앞에서
결합한 부부잖아

 

불륜 행위는 그 결합을
끊는 행동이야

 

그런 행동은 벌을 받을 테지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어요

 

전 졸려서 죽을 지경이에요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시오

어쩌면 내가 잘못 안 거겠지

 

당신과 나를 위해 한
말이라는 건 잊지 마시오

난 당신 남편이고, 사랑하니까

- 하지만 사실이라면...
- 전 더 할 말 없어요

 

정말 자러 가야겠어요

 

여기 있어

 

조준은 잘했는데 놓쳤어!

 

스티바

 

키티는 언제 결혼하는 거지?

 

지금은 결혼 생각 없을 거야

 

아주 아프거든

 

유럽으로 치료받으러 갔어

 

레빈의 농장
튜라 계곡, 1881년

 

브론스키는 지금 어딨나?

 

브론스키?
피터스버그에

자네가 가버린 직후 떠나서
모스크바엔 한 번도 안 왔어

 

자네, 그거 아나?

터놓고 말해서
다 자네 탓이야

 

브론스키한테 주눅이 들어서
싸워보지도 않고

키티는 그 사람 좋아한 게 아냐
그냥 외모에 끌렸던 거지

 

한가지 알려줌세
키티는 유럽에서 돌아오는 대로

시골에서 요양을 한다고 했어
예구쇼보라는 데야

 

여기서 얼마 안 되지?

 

 

아는지 모르겠지만
뭐 상관없으니 말해주지

난 청혼을 했었다네

 

거절당했어

 

이제 나한테 키티는 부끄럽고
가슴아픈 과거일 뿐이야

 

나는 우울하고 무기력해 있었다

나를 지탱해주는 것은
오직 하나...일이었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일에만 매달렸다

 

불안하고 화가 나면

낫을 들고 풀을 벤다

 

그러면 평화로워진다

 

그래서 하루종일 농부들하고
풀을 베기로 했다

 

풀을 벨 때면

 

시간을 잊는다

 

얼마만큼 하루가 갔는지도
모르게 된다

 

이젠 일을 하고 있으면
즐거운 만족감마저 느낀다

 

내가 뭘 하는지도 잊어버리고
힘들이지 않고 풀을 베는 것이다

나는 농부들만큼 깨끗하게
낫질을 잘한다

 

가끔은 아무 생각이 없어져서

 

내가 낫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

 

그냥 저절로 낫질이
되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아니라 어떤 외부의 힘이

 

마술 같이 작용해

 

저절로 규칙적으로...
일이 되는 것이다

 

내겐 가장 축복받은 순간이다

 

그녀였다

 

키티가...

 

예구쇼보로 가고 있었다

 

얌전히 있어봐

 

이놈, 얼굴 좀 보세요

 

힘이 넘치면서도 유순하잖아요

 

무슨 얘기라도 하는 것처럼요

훌륭한 말이야

 

모두들 너한테 돈을 걸었다
따는 게 목적은 아니겠지만

무슨 말씀이세요?

 

수줍어하지 마라

 

네가 연애 사건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건 나도 아니까

 

사교계에서 연애 사건이란

젊은 남자에게 매력을 더해주지

그러니 나도 설교할
생각은 없다만

 

언짢게 보는 사람들이 있어

이젠 그만두거라

우리의 명예를 의심하는 자는...

명예 따윈 있지도 않아!
너도, 안나도!

 

모스크바로 갈 진급 기회를
거절했다고 들었다

 

어머니, 그 얘긴 꺼내지 마세요

그런 기회가 자주 오는 줄 아니?

눈먼 열정 때문에
장래를 포기하는 거냐?

 

유명한 여자라면 또 모르겠다만
안나하고 앞뒤 없이 뛰어드는 건...

 

내가 사교계 속물하고
연애를 했다면

 

아무 말 안 하셨겠군요

 

제 감정이 어떤 건지
어머닌 모르세요

 

비열하게 날조된 소문들은
이젠 정말 지겨워요

 

그럼 헤어지려무나

 

카레닌의 여름 별장
타스코 세로

 

안나!

 

오실 줄 몰랐어요

 

- 세상에, 손이 아주 차갑군요
- 놀래게 하시는군요

세료자를 기다리는 중이에요
산책하러 갔어요

곧 올 거예요

 

미안해요, 보지 않곤
견딜 수가 없었어요

경마 준비하셔야 하잖아요

 

무슨 생각했어요?

 

얘기해봐요

 

안나, 무슨 일이죠?
걱정거리라도 있어요?

 

당신의 아이를 가졌어요

 

남편한테 얘기하세요

 

- 세료자가...
- 이혼해요!

이혼해서 당신의
정부가 되라고요?

우린 언제 만나죠? 언제요?

 

오늘 밤 1시에요

 

난 경마하러 가 봐야 해요

 

- 경마 좋아하니?
- 아뇨

 

그럼...안녕...

 

- 왜 무례하게 굴지?
- 아빠가 솔직하라고 하셨어요

 

막판을 위해서 힘을 아껴두게

 

물웅덩이 조심하고!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여기예요!

 

두 분의 아름다움에
눈이 부시는군요

 

나도 구경할 셈이오

 

같이 있게 되어서
당신도 기쁘지?

 

괜찮다면 그만 가지

 

내 팔을 잡으시오
집에 갈 생각이라면

 

- 아까 당신의 행동은...
- 무슨 행동요?

 

목소릴 낮춰요!

 

브론스키가 떨어졌을 때
눈에 띄게 놀라던 거...

 

내가 잘못 본 거라면
사과하겠소

 

제 머릿속은 온통
그 사람 생각뿐이에요

 

우린 사랑하는 사이예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요
전 불행해요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 괜찮으십니까, 마님?
- 지금 몇 시지?

 

- 거의 자정인데요
- 밝기도 해라!

 

남편한테 모든 걸 말했어요
만나고 싶으니 와주세요

 

브론스키 백작!

셀프홉스키 대장!

 

아까 그 사고 생각하는 거야?
술이나 한잔하지

 

진급했단 얘긴 들었네
예상은 했었어

자넨 진급을 포기했더군
자네 같은 사람이 필요한데

- 누구한테?
- 러시아한테! 군인이 필요해

 

- 공산당원들이...
- 진정한 공산당원은 없어!

 

교활한 사람들이 책동을
하는 거지, 낡은 수법이야

자네하고 싸우고 싶진 않네

 

나가지, 끝내주는 쇼가 있는데

집시 여자 하나씩 끼고
보러 가자고

 

- 난 약속이 있는데...
- 안나?

아까 카레닌 씨도 온 것 같던데

오늘은 만나지 마

 

브론스키!

 

브론스키!

 

자네 하인더러 브랜디와
오이를 가져오랬지

 

브랜디 마시게

 

자네 앞으로 온 거야

 

나쁜 소식인가?

 

남편한테 다 얘기했대

 

만나러 가야겠어

 

- 왜 이러는 거예요?
- 앉아!

할 얘기가 있어

 

제가 잘못한 건 알아요, 전...

당신이 무슨 짓을 했든

주님이 맺어준 결혼을
파기할 순 없어

 

그냥 무시해버리겠어

밖에 알려지는 것도
남부끄러우니까

 

하지만 여태까지처럼

아내로서의 의무는 해줘야겠어

 

- 싫어요!
- 간통은 괜찮고

남편한테 봉사하는 건 싫은 건가?

원하는 게 뭐예요?

 

그놈을 다신 안 만나는 것!

아내의 의무를 다하는 것!

 

이미 엎질러진 물이에요

 

그럼 할 수 없군

 

난 모스크바로 가서
다신 돌아오지 않겠소

 

당신과는 이혼하겠소

 

세료자는 누님이 길러줄 거요

 

세료자는 놔둬요
그 앨 사랑하지도 않잖아요

 

당신이 혐오스러워서

 

아들도 보기 싫은 건 사실이야

 

그래도 애는 내가 맡겠어

당신 같은 매춘부한테
맡길 순 없어

여보, 세료자는 안 돼요

난 그애 없이 못 산다고요

 

그렇다면 하인들이나

사교계에 말이 안 나게
행동을 조심하시오

 

내 아내로서의 특권은 계속
누리되 의무는 안 해도 좋소

 

그럼 아들을 맡게 해주지

 

모스크바, 1881년 가을

 

또 늦게 왔구만

 

- 손님들이 많이 왔다네
- 누가 왔는데?

 

키티도 왔나?

 

폐에 이상이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어요

 

칼스바드에서 치료를 받아서
이젠 나았지만요

 

거기서 환자를 돌보는 법을
배웠어요. 중병을 앓는 사람들요

 

전 그 일이 좋아요

 

- 중요하고도 보람있는 일을...
- 당신을 봤어요

 

- 당신은 못 봤겠지만 전 봤죠
- 어디서요?

 

예구소보로 가실 때
저희 들판을 지나가셨어요

 

이른 아침이었죠

 

그냥 지나가신 거예요
말이 방울소리를 짤랑거리더군요

 

잠시 동안이었지만

전 당신을 보았어요

 

모자에 달린 리본을
만지작거리더군요

 

뭔가 골똘히 생각하면서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었어요

자리를 옮길까요?

정말요?

 

전 기억이 안 나는데요

 

가지 말아요

 

오랫동안 물어보고 싶었던
말이 있었어요

 

뭔데요?

 

이거요

 

- 단어의 첫 글자만 쓴 거군요?
- 그래요

 

이 글자는 뭐죠?

 

맞혀봐요

제가 했던 말인가요?

 

알았어요

 

당신이 청혼을 거절한 건
영원히 그럴 거란 뜻이었나요?

 

그때뿐이었나요?

 

모르겠는데요

 

그때는 그런 대답밖에
할 수 없었어요

 

그때는요?

 

곧 도착할 거란다

전갈이 왔어

 

이건 말도 안 돼!

 

걱정하지 마, 내 걸 입게나

자네 걸 입으려면
벌써 입었지

 

결혼식은 무사히 치를 거야

 

걱정하지 마

 

늦어서 죄송합니다

 

셔츠를 사러 나갔는데
가게가 전부 문을 닫아서요

 

마음이 바뀌어서
도망가신 줄 알았어요

너무 바보 같은 실수를 해서
말하기도 창피해요

 

키티가 먼저 매트를
밟아야 할 텐데...

그래야 주도권을 잡는다잖아

 

난 먼저 밟았지

너는?

 

- 기억 안 나
- 어떻게 기억이 안 나?

 

사랑에 빠져 있었거든

 

세인트버그, 1882년 봄

 

어젯밤 부인께서
유산을 하셨습니다

- 맙소사, 상태는 어떤가?
- 의사 선생님께서 와 계십니다

 

누가 와 있나?

 

- 어떤가?
- 열이 아주 높습니다

 

마님, 부군께서 오셨습니다

 

세료자한테는 저녁이나
챙겨주고 있는 건가요?

 

하라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세료자가 자러 갈 시간이야

 

마리에트더러 재우라고 해줘

 

안나..

 

난 당신이 두렵지 않아요

 

난 이제 곧 죽어요
여쭤보세요

 

벌써 느껴지는걸요

 

내가 바라는 건 하나뿐이에요

 

날 용서해주세요

 

진정으로 용서해주세요

 

아직 희망은 있네

 

전 여기 있겠어요

 

절 찾을지도 모르니까요

 

안나와 자네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어

 

전보를 받고 달려 왔을 때도
그런 기분이었지

 

하지만 안나를 보자
용서하게 됐어

 

안나의 행동을 기쁘게
용서하는 것이 나의 의무인걸

 

앞으로 안나는 내가 돌보겠네

 

자네를 비난하지도 않을 거고

 

안나가 부르면 알려줄 테니

 

이제 그만 돌아가게

 

바보 같으니!

 

잘 들어!

넌 남편이 아닌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

불행한 일이지만
어쨌든 사실이야

 

남편이 널 용서했다는
것도 사실이고

 

이제 문제는... 남편과
함께 살 수 있냐는 거다

그렇게 하고 싶니?
남편도 그러쟀어?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벼랑으로 곤두박질치는
기분이에요

 

우리가 잡아줄게

 

떨어지게 놔두진 않을 거야

 

이제 나한테 남은 건
죽음을 기다리는 일뿐이에요

 

이런, 세상에
머리 자른 걸 알아보지도 못했네

 

더 예뻐지고 더 창백해졌어요

- 난 아직도 아파요
- 우리, 이탈리아로 가요

거기 가면 나을 거야
함께 사는 거예요

- 당신 일은 어떡하고요?
- 그만뒀어요

 

이제 나한텐 당신밖에 없어요

 

불쌍하기도 해라
슬퍼만 하고 있으면 안 돼요

 

힘을 내도록 해봐요

 

나한테서 힘을 얻으려고 말고요

 

아무리 우리 우정이
두텁다고 해도요

일을 시작해야겠어요

살림을 맡아드릴게요
감사는 그만둬요

주님의 뜻이니까

 

- 어떻게 감사를 안 드려요?
- 주님께 드리세요

 

도움을 청해보세요

주님 안에서만 평화롭답니다

 

불쌍한 것

 

- 딱하기도 해라
- 전 괜찮은데요

 

가엾은 아빠는 마음이 아파서

 

말씀을 못 하시겠단다
그래서 나더러 얘기하라셨지

 

아빠는 좋은 분이셔
알고 있지?

 

네 엄마는... 죽었단다

 

편지가 왔습니다
콘스탄틴 드미트리치 씨

 

마님께서 앉으라고 하셔서
이렇게 앉아 있어요

여기요

 

제가 꺼내 놨어요

형님한테서 온 거예요

이건 집에서 온 거고요

 

애들이 사마스키네 파티에 갔대요
타냐는 프랑스 후작처럼 꾸몄다는군요

 

무슨 일이에요?

 

우리 형이 죽어가고 있대

 

내일 가봐야겠어

 

들어갑시다

 

왜 일찍 안 알려줬어요?

 

내가 속이 상하는 건

 

형한테 해줄 일이 없다는 거야

 

형 어렸을 때가 기억나

 

아름다운 소년이었지

 

그땐 형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어느 시간...

 

어떤 물질이...

 

어떤 곳에서...

 

유기체 세포로 만들어져

 

잠시 결합해 있다가

 

없어지는 거야

 

나도 그런 세포지

 

내가 누구고 왜 여기 있는지
모르는 채로

살아갈 순 없어

 

더는 살 이유가 없는 거야

 

여보!

 

왜?

 

나 아이 가졌어요

 

이탈리아, 1882년 여름
동정해서 하는 칭찬은 그만둬

 

곧 완성되겠군요

 

- 완성시키지 않을 거야
- 왜 매번 그러는 거죠?

 

완성을 하면 결점만
더 두드러질 뿐이잖아

 

더 이상 예술가인 척
자신을 속이진 않겠어

 

그만둘 테야

 

이젠 세료자가 별로
보고 싶지 않아요

 

보고 싶으면서

 

그래요

 

안나!

 

우리, 러시아로 돌아갑시다

 

카레닌도 이혼해줄 거고

 

우린 결혼할 수 있을 거야

그런 말 할까 봐 조마조마했어요
난 여기가 좋다고요

 

우릴 아는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당신도 행복한 줄 알았는데

 

당신과 함께 지내는 건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이야

 

하지만 여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잖아

 

난 일이 필요해

 

난 당신을 독점하고 싶은데

 

세료자한테도 엄마가 필요해

 

리디아 이바노브나
보세요

날 떠올리기도 싫겠지만

브론스키와 난, 러시아로
돌아가는 중입니다

아들과 떨어져 지낸
시간은 고통이었어요

한 번 만나게 해주세요

그 앨 보내주셔도 좋고
제가 찾아가도 좋아요

아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에

 

도움을 부탁드리는
마음도 간절하답니다

안나가

 

거절할 수가 없겠군요

모든 걸 순수하게만
받아들이면 안 돼요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게 진정한 사랑일까요?

 

어린 아이의 감정을
갖고 놀아서야 되겠어요?

그 앤 엄마가 죽은 줄 알고
기도를 드리는데요

엄마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요
그러니...안 보는 게 나아요

 

부인...
아드님이 엄마를 보게 되면

우리로선 대답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의문을 품게 될 거예요

 

부디 남편 분의 거절을 주님의
뜻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전 안나와 결혼한 거나 같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왔어요

 

안나와 잘 지내주는 게
저를 위하는 길입니다

 

저랑 가까운 사람들은 모두
안나를 받아들이셔야 해요

 

우선, 돌아온 걸 환영해

 

여행을 하고 오니까

 

이곳이 따분한 느낌이지?

 

- 이혼은? 결정된 거야?
- 카레닌의 결정만 남았어

 

사람들이 수군거리겠지만

난 안나를 만나볼래

관습따윈 상관 안 하니까
하지만 딴 사람들은

 

둘이 결혼하기 전까진
계속 떠들어댈걸

결혼만 하면 문제는 간단해

 

그래도 집에 초대하진 않겠어
딸들 교육에 안 좋아

어떻게 그런 말을 하지?
자신도 투세비치의 정부면서!

 

어디다 비교하는 거야!

 

네가 그런 말을 할
염치가 있는 거니?

 

모스크바, 1883년 겨울

 

의사 선생님한테
급하다고 해

 

나가요! 어서 나가!

 

주께서 저희를 살펴주소서

 

아들이에요

 

긴장 풀어요
모두 무사하니까

 

아빠 보러 가자!

 

갓 태어난 아기는
다 이래요

 

얜 잘생긴 편이에요

 

세료자!

 

우리 아기...

 

엄마!

 

엄마는 죽었댔는데

- 그걸 믿은 건 아니겠지?
- 난 믿은 적 없어요!

 

마님을 들여보내면 안 된댔잖아

10년 동안 모시고 있었고
친절하셨던 분인데 그럼 어떡해요

가서 나가시라고 말씀드려

주인님께서 아시면 넌 당장 쫓겨나

 

가지 마세요
아빤 안 와요

착하지, 우리 아들
아빠를 사랑해야 한다

내가 나쁜 행동을 한 거지
아빤 좋은 분이셔

크면 알 거다

안나!

 

가지 마세요! 엄마!

 

나가! 여긴 당신이 올 데가 아니야

당신 환영할 사람 없어!
자식을 버리고 간 주제에!

 

아편

 

아기를 유산하고부터
먹던 아편이

 

세료자와 헤어진 슬픔을
달랠 때도 계속되었다

 

나는 왜 가면 안 돼요?

 

당신은 가면서

 

이유는 전혀 없소

 

내 말이 그 말이에요

 

당신, 요즘 왜 이래?

 

이유를 말해줘요

 

당신은 오페라에 못 가!

 

왜요?

 

혼자 가겠다는 것도 아닌데
바바라랑 갈 거예요

 

바바라?

 

행실 나쁘기로 유명하잖아!

 

딴 사람들보다는 나아요

 

게다가 같이 있으면
부끄럽지도 않고요

 

당신을 사랑한 게
부끄럽지 않다고요

 

당신은 누구랑 가요?

 

어머니하고 같이 가오

 

요즘 자주 만나는군요

 

어머니니까

 

어머님은 소로키나 양을
데리고 가신다던데...

 

어머님 소원대로
그 여자랑 결혼하지 그래요?

난 소로키나에게 관심 없소

 

내가 어떤 기분일 것 같아요?

 

뭐?

 

당신이 젊은 여자랑 있는데

 

내 기분이 어떨 것 같냐고요?

 

당신이 해준 말만 믿어야 하잖아요

날 못 믿겠다는 거요?

 

나는 왜 가면 안 되죠?

 

아니, 당신을 사랑하니까
다른 건 상관없어요

 

당신 마음이 변치않는 한...

 

날 여전히 사랑하는 한...

 

날 좀 봐요

 

당신이 이혼만 하면 돼

 

그때까지는 상황이 어렵더라도

더 나쁜 쪽으로 몰고 가선 안 돼
오페라는 가지 말아요

 

당신이 원한다면...
안 갈게요

 

- 소로키나 양!
- 어머님이 찾으세요

 

오셨어요, 어머니
늦어서 죄송해요

왔으면 된 거지
괜찮다

 

아들을 못 볼 줄 알아!
더러운 매춘부!

 

당신은 매춘부야!

 

자식을 버리다니!

 

내가 잘못한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내가 세료자를 데리고 있는 한
안나도 이혼하겠다곤 안 할 텐데요

그럼 다 끝난 얘기 아닙니까?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안나의 입장이 되어 보십시오

그 앤 모스크바에서

6개월째 당신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어요

저는 신자입니다

 

하느님의 가르침을
거스를 순 없어요

이혼은 승인된 것입니다
교회에서도요

 

생각해 보겠어요
몇 가지 알아보고요

 

모스크바, 1883년 9월

 

뭐 하는 거야?

 

잘 생각했어

 

우리, 시골로 내려가요
모스크바에 있을 이유가 없어

- 바라던 바요
-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왜 여기서 이혼을 기다려야 하지?
시골에선 왜 안 돼?

더는 이혼에 연연해
하지 않기로 했어요

- 찬성이죠?
- 그래

 

파티는 어땠어요?

 

저녁도 훌륭했고
보트 경기도 재밌었어

 

- 언제 떠날까?
- 빠를수록 좋아요

 

내일은 안 되지만
모레는 갈 수 있어요

아니, 잠깐만!
모레 어머니를 뵙기로 했는데

 

내일 만나세요

사업상 만나는 건데

 

내일까진 자금 준비가 어려워

그런 식이면 영영 못 떠나요!
월요일이든 언제든 못 간다고요!

왜?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나한텐 관심도 없으니까
말도 안 된다는 소리가 나오죠!

 

당신은 몰라요, 이 방에
갇혀 지내는 게 어떤 기분인지

 

하지만 당신은 자유롭죠

 

날 사랑하지 않는 거라면
말해주는 게 나아요

도저히 참을 수가 없군

 

왜 인내심을 시험하는 거야?
참는 데도 한계가 있어!

- 무슨 뜻이에요?
- 내 말은...

 

대체 뭘 원하는 거야?

당신의 속셈대로
날 버리지는 말아달라는 것!

 

아니, 그건 아니에요
내가 원하는 건 사랑이에요

 

하지만 이젠 끝난 것 같군요!

 

잠깐만,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난 그냥 출발을 며칠
늦추자고 한 건데

 

무슨 배신이나 하는 놈으로
취급할 수가 있는 거야?

당신의 어머니가 며느리 감으로
누굴 생각하는지

 

난 관심 없어요

- 그 얘기가 아니잖아!
- 정확히 그 얘기예요!

 

나도 소로키나란 여자 안다고요
사교계의 잔인한 여자들!

늙었든 젊었든 당신 어머니든
누구든 이젠 관심 없어요

 

그런 사람들은 상대도
하기 싫어요

어머니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못 참아!

 

참는 것도 한계가 있댔잖아!

 

내가 왜 죽지 않았을까?

 

마슈카가 바나나를 빼앗아
먹으려고 그래

 

어디서 온 전보예요?

 

- 스티바한테서
- 봐도 돼요?

- 내 앞으로 온 거야
- 오빠 편진데 비밀인가요?

 

당신 오빠는 전보 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

 

아무 성과도 없는데
전보를 쳤어

 

'확답 못 얻음, 곧 얻을 것임'

당신이 읽어봐요

 

'희망은 별로 없지만
최선을 다하겠다'

 

이젠 이혼 신경 안 쓰기로 했으니

이런 거 감출 필요 없어요

그냥 확실한 것만
보여주고 싶어서

 

확정되지 않은 거 보여주면
또 과민해지잖아

어째서 소로키나 양이
이 전보를 갖다주는 거죠?

 

그런 게 아니야

 

전보는 아까 당신
잘 때 온 거야

 

소로키나는 어머니 심부름으로
돈이랑 서류를 갖다주러 온 거야

 

어제 가지러 못 갔잖아

 

나도 빨리 여길
떠나고 싶다고

 

그건 그렇고

 

우린 내일 떠나긴 하는 거지?

 

당신은요
나는 안 떠나요

 

안나!
더는 이렇게 살 순 없어!

당신이나 떠나!

 

도저히 못 봐주겠군!

 

후회하게 될 거예요

 

주여, 모든 걸 용서하소서!

 

여러분께 국경에서 온
기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러시아군은 지금
대승을 거두고 있답니다!

 

브론스키 백작

 

저와 같이 앉는 게 싫으시면
딴 자리를 찾아보도록 하죠

아뇨, 앉으십시오

 

나로선 전쟁이 은총이에요

 

이제 내 목숨은 나한테
아무 가치도 없거든요

 

전쟁터에서라도 총알받이로라도
쓸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참으로 기다려지네요

 

어려운 일을 겪으신 건
압니다만

 

그렇게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저는 러시아인으로서
제 의무를 다하고 있는 겁니다

제 말을 들어보세요

 

전 그분을 뵌 적이 있어요

 

말을 걸고 싶었지만
그러질 못했죠

 

그래서 지금 얘기하는 겁니다

 

제 형이 죽은 후로 전...

 

끊임없이 질문을 반복했어요
나는 누군가? 왜 여기 있으며

무엇 때문에 사는가?

갑자기, 그런 건...

날 때부터 아는 진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엔 그렇게 생각 안 했거든요

 

옳은 것과 틀린 것을 구별하는 것도
누가 가르쳐줘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예요
내가 알아낸 건 없어요

알고 있던 걸 새롭게 보는 거죠

 

전 너무 늦었어요

 

인간으로선 끝난걸요
무기로는 쓸 수 있겠지만

 

너무 나쁘게 보진 마세요

 

저는 너무나 많은 걸 잃었답니다

 

제가 바라는 건 단 하나
안나를 기억해내는 겁니다

 

처음 만났을 때 모습을요

 

하지만 기억이 나질 않아요

 

얼굴이 희미해요

 

철도 격납고로 옮겨져 누워 있던
얼굴만 떠오를 뿐이에요

 

그건...

 

존재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해서

 

기쁘거나 행복해지진 않았다

 

그건 예상했었다

 

그러나 아들은 행복을 주었다

- 아이 방으로 가보세요
- 미샤가 아픈 거야?

이것 역시 예상했었다

- 무슨 일이오?
- 미샤가 아빠를 찾아요

 

신앙이라고 불러야 할까

고통을 겪은 후에
느끼게 된 감정이 있다

 

날 알아보네!

 

마음속에 깊이
뿌리 내린 감정이다

 

내가 왜 기도를 하는지
앞으로도 알 수 없겠지만

 

나는 계속 기도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지금의 내 생활은
많은 변화가 있어서도 그렇겠지만

전처럼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거나 하진 않는다

 

대신, 선에 대한
확실한 믿음으로 가득 차

하루하루를 투자하는 데
충만할 뿐이다

 

Sub2smi by 아 지 랑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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